Lucida VI, 2013
200x200x80
Brass,SM45C,Aluminium,Halogen 20W
나는 카메라를 만드는 작가이다.
카메라의 어원은 라틴어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인데 카메라는 '방' 옵스큐라는 '어둠'을 뜻한다.
어두운 상자 한 면에 빛이 들어오는 구멍을 뚫고 반대쪽 면을 적당히 거리 조절하여 보면 거꾸로 선 바깥 풍경이 비춰 보인다.
이 풍경이 비치는 면에 빛을 반응하는 물질을 둔다면 풍경의 상이 찍힐 것이다.
만약, 바늘구멍을 크게 만든다면 들어오는 빛의 양은 많아지겠지만 물체로부터 반사된 빛이 서로 겹쳐 선명한 상을 맺을 수 없다.
이 문제는 구멍 위치에 빛을 교차하여 모을 수 있는 렌즈를 사용하여 해결한다.
즉, 한장의 사진을 만들기 위해서는 빛을 모으는 렌즈, 빛을 느끼고 상을 맺는 감광물질(필름이나 광센서), 어둠상자와 같은 방(카메라 바디)이 필요하다.
(단순함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러한 원리를 한 문장으로 줄인다면,
카메라는 사물이 반사한 빛을 렌즈를 통해 어두운 상자 안으로 받아들여 필름에 상이 맺히는 원리를 이용한 장치이다.
따라서 당연히 상자 안은 상자 밖보다 어두워야 한다.
그렇다면 반대로 상자 안이 바깥보다 밝다면 카메라와 반대로 상자 안의 빛을 바깥의 공간에 맺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계기로 나는 '조명'이 아닌 '카메라와 반대의 원리를 가지는 장치'라는 컨셉을 가지고 금속을 깍아서 '방'을 만들고 안에 할로겐 광원을 넣어 '어두운 방(camera obscura)'이 아닌 '밝은 방(camera lucida)'을 만들고 렌즈를 끼워 넣어,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빛이 나와 밝아지는 현상이 아닌, 빛이라는 '이미지'가 공간에 투사되는 장치, 카메라와 반대되는 의미의 장치를 만들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