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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6 13:47

현광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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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도로 위에 있다면 당신은 어디든지 갈 수 있다. 하지만 차창 밖 풍경의 섬세한 변화는 속도와 함께 사라진다. 바로 이것이 변화의 욕구에 호소하면서도 정작 그 반대의 것-단조로움-을 제공하는, 속도의 기만술의 하나이다. 패스트푸드는 늘 한결같은 모습이고 아우토반이나 비행장은 어디나 천편일률적이다. 속도는 멀고 가까움의 개념을 오염시키다. 그 결과 교통 철학자 존 화이트레그가 장소의 고유성의 상실이라고 부르는 상태가 된다. 관광지의 균일성만이 남게 되는 것이다. 이와 달리 느림, 어떤 장소에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시간상의 불리한 조건을 대가로 해서 장소의 고유성과 문화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제이 그리피스, 『시계 밖의 시간』
 

  시계 작업을 하는 현광훈 작가는 시계 밖의 시간 속에 존재한다. 그는 느리고, 어눌하고, 조용하게 말하고, 먹고 걷지만, 그의 기질과 성정이 그러하더라도 분명하고 또렷하게 명시되는 것은 그가 만든 시계의 초침이다. 초침은 분절(分節)이 켜켜이 쌓여서 분침을 독려하고, 분침은 여지없이 때를 기다려 시침을 전화(轉化) 시킨다. 전화는 옮겨가서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옮겨서 ‘감응’을 위해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언급한 시계 밖의 시간은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의 속도와 그에 따른 부작용을 예시함으로써 ‘빨리빨리’ 또는 가릴 것 없이 밀어붙이자. ‘하면 된다.’라는 미명하에 우리가 망각하고 있는 것을 상기시킨다.
 장자는 인위적인 것을 배격하고 자연의 순리에 따라야 한다는 무위자연(無爲自然) 사상에 천착한 학자이다. 엄연히 자연의 속도가 있는데 우리는 편익을 위해서 인위적으로 빠르게 속도를 조장하고, 머무름의 장소를 오염시킴으로서 고유성을 상실한다. 작가에게 있어서 시계 작업은 정직의 척도이자 느림의 미학이다. 그의 정확성은 촌철의 비수가 담겨있지만, 그의 행위(작업)는 느림에서 오는 여유와 유희를 안고 간다.
 시계를 왜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주저 없이 “재미있으니까요”라고 항시 그러하듯 느리고, 어눌하고, 조용하게 응수한다. 주목할 것은 그 ‘재미’라는 것이 고정된 ‘나’라는 의식을 내세우지 않아야 소여(所與) 되는 것으로 자연의 연속적 관계망 속에서의 상호작용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시계 톱니처럼 맞물려서 돌아가야만 가능한 문제(재미)이다. 인위적으로 취하지 않고 무위 속에서 그 무엇도 ‘나’인 것이 없고 ‘나’로부터 나가서 ‘나’로 다시 회귀하는 순환 고리(자연의 시간)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시의 행과 행 사이에서 침묵(독해되어야 할)이 있듯이 톱니와 톱니 사이에는 사유가 있고 연속해서 방출되는 동력은 그 사이(틈)의 사유에서 발생한다. 그 사이의 길을 나서는 작가의 여정을 통해 우리는 태곳적 자연의 시간을 그려본다. 

 

_유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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